적들과 동침하여 적들을 변화시키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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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윤영관, 외교의 시대. 2017.11.10


윤영관 전 장관의 저서 외교의 시대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국제정치적 관점을 거시적으로 보게 하고 거기서 우리의 외교적 전략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유난히 안보딜레마에 심각한 동아시아 국가들 간에는 다자 안보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른바 평화지대라고 불릴 정도로 안정적인 유럽을 예로 들며 특히 동북아에서부터 만들어나가자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나아가기를 주문한다.


소련의 붕괴로 탈냉전 구도는 미국에게 이념적 완승을 가져다주었고 일극체제로 안착시켰다. ‘도광양회’ 기조 아래 중국은 부지런하고 빠르게 국력을 키웠고, 세계의 경찰이 된 미국은 패권의 호황을 누렸다. 그렇게 미국은 무너진 아시아에서 한 발을 빼서 유럽과 중동에 신경을 쓰는 사이 ‘테러’라는 새로운 국가를 초월한 적이 등장했으며 급기야 9/11 사태로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고 이는 미국을 완전히 중동에 시선을 몰아넣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국력을 회복하였다. 미국은 신자유주의라는 경제구조 속에서 금융버블로 2008년 거대한 위기를 피할 수 없었고 여기서 중국은 봄바람 정도로 느낄 만큼 타격이 없었다. 저자는 이를 미국의 패권 쇠퇴와 중국의 부상 즉, 세력전이의 전조라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을 G2라 부르는 것은 여전히 섣부르다고 지적한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도광양회’는 충분했다며 ‘유소작위’ 기조로 나왔다. 한때 중국의 부상에 대해 세력전위 논쟁이 있었지만, 중국은 ‘화평굴기’라며 점점 기축통화 달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국은 급기야 다시 ‘Pivot to Asia’로 돌아섰지만, 현재 국제정치질서는 미국이 기존에 유럽과 일본을 소련의 공산주의가 침투 못하도록 거점으로 삼아 패권유지가 가능했던 것과는 달리 구조적으로 변했다. 이제 미국중심의 일극체제가 미-중 양극체제, 다극체제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주도하며 동아시아에서 독자적인 중심축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이 중국을 TPP등 최대한 국제사회에 끌어들이는 것이 미국 중심질서와 중국 중심질서로 양분되는 것을 막고 종국에는 군사경쟁과 대립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우리의 운명을 어떻게 어디에 걸어야 하는가. 저자는 미-중 사이의 ‘균형외교’의 실리에 의문을 제기하며 한미관계, 한일관계유지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나는 여기에 다 동의할 수가 없다. 우리가 한미관계처럼 중국과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을 자제할 이유가 없다. 결국은 공산권 국가로서 이데올로기와 체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한미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면 언제까지 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물론 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가 현재로선 당연히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지금의 국제질서에서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옳고 그름의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외교의 시대에 우리가 선택할 일은 철저히 실리를 중심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명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 질수록 정치는 더욱 진보한다고 믿고 싶다. 배부른 자가 정치를 더욱 생각하고 더욱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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