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정치성의 접합경쟁, 안철수 현상, 이정희 효과
대안정치성의 접합경쟁, 안철수 현상, 이정희 효과
-진보적 관점에서 본 2012년 한국대선 평가와 그 비판적 함의-
2015.5.13
- 대선에서의 담론경쟁, 안철수 현상, 이정희 효과의 출현을 중심 분석 대상으로 설정
- 2012년 대선은 이명박 정부의 사회경제적 실패로 조성된 ‘진보적 의제 공간’에서의 경쟁
- 박근혜 후보는 반복지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탈피, 문재인 진영의 ‘전면적 복지’담론에 대항하는 ‘현실적 복지’담론으로 대중들의 저항적 정치성을 전유
- 안철수 현상을 제도정치와 대중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대안정치성이 특정 인물에게 투사되는 현상, 대선과의 관계를 논함
- ‘이정희 효과’를 ‘주류정당 간의 경쟁에서 급진진보세력이 갖는 정치적 효과’로 규정
- 2012년에는 이것이 ‘부정적인 위협효과’를 발휘
- 이는 급진진보정치세력의 ‘주변화’이자 ‘개혁적 국민정치와 계급정치의 분리’라는 새로운 콘텍스트가 출현했기 때문
- 이명박 정부로부터의 대중의 이반에 의해서 강제된 ‘박근혜 진영의 온정적 보수로의 전환’을 제3수동혁명의 경향성을 갖는 것으로 규정함.
문재인·안철수 군포 유세 현장 2012.12.11, 출처: 구글
1. 들어가며
-새누리당=보수정치세력(정당)
-민주통합당= 중도자유주의세력(정당)
-민노당+통진당+진보신당+좌파대선후보(김소연, 김순자 세력)=급진진보세력(정당)
2. 사회적 균열, 대안정치성, ‘접합 경쟁’: 대선의 정치사회적 의미
-2012년 대선: 문재인 후보 48% 득표, 박근혜 후보 52% 득표
-2007년 대선: 범보수 후보 48.7% 득표, 범야권 후보 26.1% 득표
=> 범진보의 대중적 기반도 결코 축소되지 않았음.
이번 대선 결과가 보여주는 또 다른 특징은 급진진보 후보 또는 노동후보의 득표율이 과거 대서과 비교하면 대단히 저조함
김소연 후보가 0.05%(1700표), 김순자 후보 0.15%(46000표) 득표
1997년 대선: 권영길 후보 1.2%(31만표), 2002년 대선: 3.9%(96만표), 2007년 대선: 3%(71만표)
=> 이번 대선은 범진보 진영 내 중도자유주의 진영과 급진진보 진영의 비중이 크게 왜소화됨.
2012 대선 정의: 사회적 균열들에서 파생되는 대안정치성을 둘러싼 ‘접합(articulation) 경쟁’
여러 정치세력 간의 접합경쟁에서 중요한 차원이 담론경쟁, 담론경쟁은 상이한 사회적 행위자들 간의 관계에서 특정한 것을 배제하면서 결과적으로 관계의 특정한 구조화를 수행하는 것.
3. 하나의 명백한 실패와 두 개의 유산, 그리고 대선의 담론경쟁
이번 대선에서 담론경쟁의 주제 또는 쟁점은 이명박 정부의 ‘명백한 실패’로 규정된다는 점에 주목. 노무현 정부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사회경제적·정치적 이반을 이명박 후보는 ‘선진화’담론으로 접합시킴으로서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함.
이명박 정부의 5년간 집권 경험은 대중들로 하여금 민생, 복지, 경제개혁, 양극화 해소 등으로 표현되는 사회경제적 의제들을 대선의 핵심적인 쟁점으로 만듦. 따라서 2012년 대선경쟁 공간은 ‘진보적 의제 공간’이었음.
과거 보수세력이 대체로 반복지세력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을 넘어서서 스스로를 ‘현실주의적인 복지추구세력’으로 이미지화시킴.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면서 과거 ‘보수 대 진보’ ‘현실적 복지세력 대 전면적 복지세력’의 대결구도로 전환될 수 있게 됨. 여기에 야권의 ‘전면적 복지’를 비현실적 복지지향으로 규정하면서 국가재정을 포함한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는 신중한 복지세력으로 스스로를 규정해나감.
담론경쟁에는 텍스트적 내용과 효과라는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고 할 때, 문재인 후보가 복지의 텍스트적 내용에서 박근혜 후보를 압도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것이 대중에게 미치는 담론효과라는 점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압도할 수 없었음.
이런 의미에서 2012년 대선에서의 박근혜의 당선은 ‘진보의 시대를 돌파한 보수’(유창오, 2012)의 담론전략의 승리로 평가할 수 있음.
4. 안철수, 안철수 현상, 안철수 효과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거의 동등하게 2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유지, 사퇴 이후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의 지지를 받아 박근혜의 40% 지지대로 상승하게 됨. 이는 안철수 효과임. 여기서 안철수는 ‘인격화된 개인’이라기보다는 구조-역사적 요인이 투영된 사회적 현상이라고 할 수있음. 안철수 현상은 “‘제도정치와 대중 간의 괴리’가 크고 기성정치에 포괄되지 않는 정치적 요구와 이해가 큰 상태에서 대안적 정치를 희구하는 대중의 기대가 대안의 잠재력을 갖는 인물에게 투사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음.
이는 한국만의 특유한 현상은 아니며, 제도정치와 사회(대중의 요구와 이해)간에 괴리가 큰 사회에서는 언제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임. 이러한 안철수 현상을 추동하는 ‘기성 제도정치와 대중의 괴리’에는 많은 구조적, 역사적 요인이 내재되어 있음. 첫째, 신자유주의 지구화시대의 정치 일반이 갖는 불안정성의 한 표현임.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는 일국적 복지국가 규제에 제약 당하던 자본으로 하여금 그것을 이탈하면서 동시에 역으로 그것을 무력화시키면서 더욱 친자본적인 자본축적의 질서를 촉발하였고, 그 결과 새롭게 배제된 사회경제적 요구들은 정치의 불안정의 요인으로 누적되어 나타남.
둘째, 87년 이후 한국의 민주화체제가 포스트민주화체제로 이행하면서 반독재 중도자유주의정당의 헤게모니가 균열되었기 때문임.
셋째, 제도정치와 대중 간의 일정한 상호연결 상태의 해체는 이른바 산업사회적 조건의 퇴조와 이른바 지식정보사회적 조건의 확대로 가속화된다. 하여 기성정치가 대중에 미치는 정보통제의 구조가 약화되기 때문임.
넷째, 안철수 현상이 확장되어 나타나게 된 것은, 기존의 보수정당과 중도자유주의정당의 좌측에 있던 진보정당의 정치적 공신력이 추락했기 때문임. 급진진보정당의 정치적 공신력의 약화는 안철수 현상을 더욱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됨.
이러한 요인에 의해 제도정치와 대중의 거대한 괴리가 출현하게 됨. 이는 기성정당에 대하 거대한 불신, 이른바 ‘문지 마 불신’으로 나타나게 되고 이와 함께 거대한 변화요구, 이른바 ‘문지 마 변화’ 요구가 출현하게 됨.
그런데 여기서 투사의 대상이 누가 되는가 하는 문제가 쟁점이 되는데, 여기서 안철수 ‘개인’이 존재하게 됨. 안철수는 일정 측면에서는 ‘빈 기표’의 성격을 갖지만, 안철수라는 개인의 인격적 특성이 이러한 기표화를 가능하게 함. 이런 점에서 안철수라는 개인이 갖는 구조적 성격이 중요하게 작동함. 즉 “기존의 주류적 질서에서 성공한 인물이면서 동시에 체제에 대한 대중의 높은 불신과는 다른 경영방식이나 삶의 방식을 살아간, 그러면서 기성질서의 부패하고 사익추구적인 행태와는 다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성공한’ 엘리트”인 것임.
대중들이 안철수에게서 발견하는 것은 “공화주의적 CEO”(안병진, 2007)이며, 그것은 이미 기성의 체제에서 ‘실현 가능성’을 축적한 성공한 엘리트의 이미지임.
문제는 이런 안철수 효과가 대중의 정치적 향방에 미치는 효과임. 대선에서 안철수 효과는 야권진영, 민주통합당에게 수렴되었다. 안철수 효과는 헤게모니가 약화된 중도자유주의정당에게는 안철수와의 연합을 통해서 훼손된 리더십을 보충할 수 있었고, 이것이 앞서 서술한 ‘52대 48’의 구도를 가능케 하였던 것임. 그런데 급진진보세력의 주변화로 촉발된 안철수 현상의 ‘과다’는 안철수가 문재인 후보와 결합함으로써, 범진보 내에서 자유주의적 요소와 급진진보적 요소 간의 균형에서, 전자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음.
5. ‘이정희 효과’와 급진진보의 ‘주변화’
1987년 이후 이른바 ‘진보정치세력화’운동은 급진진보정당이 제도정치 내에서 중심적인 정당으로 존재한 것은 아니었지만, 민주주의발전과 사회진보에 중요한 ‘긍정적 위협요인’으로 작용함. 2002년 대선에서 권영길은 이회창 후보, 노무현 후보, 권영길 후보 간에 이루어진 TV토론에서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사회경제 정책을 진보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함. 이는 영남지역의 강력한 지역주의적 투표를 약화시키는 효과로도 나타남.
그런데 2012년 대선 1차 TV 토론에서 이정희의 공세적 전략은 통진당 내부의 시각에서는 최선으로 선택된 전략일수 있다. 그것은 ‘악마화’를 탈피하여 독재적·보수적 정치세력에 대한 선도적인 투쟁집단임을 자임하고자 했던 전략이었다. 이는 분명 탈정치화된 젊은 세대를 역동화하고 대선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효과가 일부 있었다. 하지만 권영길 효과와는 전혀 다른 효과를 낳으며 박근혜 지지층의 거대한 역 동원으로 나타나게 됨. 자신의 잠재적 지지자를 동원하고자 하는 노력이 경쟁집단의 잠재적 지지자의 동원을 촉발하는 효과를 낳는 역설적 상황이 출현하게 됨.
이는 ‘개혁적 국민정치와 계급정치의 분리’로 표현할 수 있음. 이는 노동세력이나 급진진보정치세력이 급진적이지만 선도적인 ‘개혁적 국민정치집단’이기를 멈추었다는 것을 의미함. 다른 표현으로 금진진보정치세력이 ‘좌파 안철수’이기를 멈춘 것, 나아가 사회적 균열에서 발생하는 대안적 정치성이 투사되는 대상에서 급진진보정치세력이 주변화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함.
중도자유주의정치의 헤게모니가 약화되고 이명박식 정치가 위기를 맞는 조건에서, 이를 기회로 삼아 ‘연합된 힘’으로 헤게모니의 소재를 좌측으로 이동시켰어야 함. 그러나 일련의 응전과정에서 주체적 전략선택의 왜곡과 실패로 위기는 점차 재앙으로 변함, 2007년 대선 이후 패배를 둘러산 책임공방과정에서 ‘종북주의’라고 하는 과잉프레임에 의해 내부의 대립이 분당으로까지 확대됨.
급진진보정치세력이 국민적 설득력을 충분히 갖지 못한 연이은 분열의 이미지를 갖게 되고, 나아가 ‘부르주아적 선거 룰’에도 조응하지 못하는 ‘후진적’ 정치세력이라고 하는 이미지를 갖게 됨으로써, 선도적인 국민정치개혁세력이기를 멈추고 급속히 ‘주변화’되었던 것임. 이러한 급진진보정치세력의 주변화는 다른 의미에서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최장짐, 2006)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임. 급진진보정치세력이 주류양당의 경쟁구도에 ‘긍정적인 위협효과’를 미칠 수 없는 상황은 기존의 제도정치의 이념적 지형을 협애화시키게 되고 노동 배제성과 민중 배제성을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을 높이게 되는 것임.
6. 포스트-87년형 민주주의로의 수동혁명적 이행
2012년 대선의 결과는 진보적 성격을 가질 것으로 기대되었던 이른바 ‘2013 체제’(백낙청, 23012)가 아니라 1차 신보수정부인 이명박 정부에 이어 2차 신보수정부로서의 박근혜 정부가 이어지면서 ‘10년의 보수정부’시기가 진행된다는 것을 말해줌.
이명박 정부가 일종의 ‘CEO형 보수’정부라고 한다면, 박근혜 후보가 대선기간에 제시한 여러 정책을 근거로 할 때 ‘온정적 보수주의’의 지향을 갖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음.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적·친재벌적·친상층계급적 정책으로 크게 경도되었고 그것이 위기적 양상을 초래했다고 한다면, 박근혜 후보는 이에 대응하여 대선에서 대중의 이탈을 막기 위하여 더욱 전향적인 ‘온정적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정책을 공약하는 방향으로 나아감. 이는 분명 대중의 분노와 좌절에서 제기되는 위협으로 이루어진 ‘보수의 진화’라고 볼 수 있음.
더 큰 역사적 맥락에서 본다면 박근혜 정부의 등장은 ‘제3의 수동혁명’의 역사적 성격을 가짐. 일반적으로 4·19혁명에 대응하는 5·16군사쿠데타와 미국과의 동맹에 의한 ‘수출주도형’ 산업화의 과정이 ‘제1의 수동혁명’으로, 나아가 87년 6월 민주항쟁에 대응하는 6·29선언과 이후의 보수적 민주화과정이 ‘제2의 수동혁명’으로 규정된다(박명림, 1995; 최장집, 2012). 이런 흐름 위에서, 이명박 정부의 위기에 대응하는 박근혜 진영의 ‘온정적 보수’로의 전환을 제3의 수동혁명이라고 규정함. 그람시의 말대로, 수동혁명은 지배의 위기에 대응하는 지배의 혁신적 재조직화과정이다.
수동혁명은 지배 자체에 대한 민중들의 ‘동의의 철회’로 초래된 지배의 위기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실패 위에 출현하는 ‘지배의 위기’에 대응하는 지배의 재조직화, 즉 수동혁명적 재편의 과정으로 이해되면서 그 역사적 성격이 거시적으로 파악될 수 있음. 단기적으로 보면 87년형 민주주의의 위기를 만회하기 위한 개혁이 ‘위로부터의 보수적 개혁’으로, 즉 수동혁명적으로 실현되어가는 궤적에 돌입했다고 할 수 있음.
새롭게 출범하는 2차 신보수주의 정권하에서의 최대문제는 새로운 균열을 포괄하는 보수 대 진보의 전선을 정치적으로 구성하는 것임. 이를 위한 방도로 헤게모니 전략과 급진화 전략의 배합이 요구됨. 진보진영의 새로운 도전은 “민주주의의 급진화를 통한 사회적 적대의 제도 정치적 표출이 가능한 새로운 민주적 경합공간을 창출하는 것”이어야 함. 구체적으로 보면, 사회민주주의 의제전선의 전환을 위한 급진적 민생정치, 지역 풀뿌리정치, 생활정치의급진적 변화와 대중적 역동성의 접합이라고 할 수 있음. 새로운 급진민주주의적 대중전선은 차이의 정치학에 기초한 민주주의 좌파의 연대(적녹보 동맹)를 기본으로 하되 급진민주주의 전선의 우측경계의 개방(개혁자유주의세력)을 포함한다.
*이 글은 [대안정치성의 접합경쟁, 안철수 현상, 이정희 효과]논문을 요약 발제한 것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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