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메솟 난민캠프 방문 후

성찰; 메솟 난민캠프 방문 후


(2014.2.28)


다른 곳, 전혀 다른 또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경험을 넘어 내 삶의 현재를 평가해주고 다듬어주는 소중하고도 가치 있는 시간여행이다. 

 

메솟 희망원정단에서 난민캠프에 간다고 했을 때 가고 싶었다. 어쩌면 현재에 안주하며 살고 있는 내 과거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난민’, 내게는 남 같은 이야기가 아니며 동정이나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어떠한 연민도 아니다. 내 과거의 삶이었다. 아니 어쩌면 난 지금도 ‘난민’의 삶을 살고 있다. 다만 과거에는 내가 선택한 삶이 아닌 세상난파에 휩쓸린 부서지는 파도와 같은 난민이었다면 현재는 나의 정체성과 부족하고 짧지만 그 살아온 삶을 통한 배움이 바탕이 된 ‘선택한 자유로운 난민의 삶이기 때문이다. 태어난 곳은 다른 삶의 양식이었던 한반도의 북쪽 끄트머리 작은 마을이었지만 지금 정착해 잠시 머물고 있는 곳은 또 다른 삶의 양식이 존재하는 남쪽이고,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곳은 바로 떠나왔던 그 곳 이어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어디서 태어나고 어디에서 살아가느냐는 중요치 않다. 다만 내 떠나온 곳과 현재 살아가고 있는 곳과 잠시 스쳐 지나간 곳에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이웃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 내 작고도 작은 마음 한 구석켠에라도 그들의 아픔을 담아둘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남겨두어 이웃을 기억하는 것이다. 동족상잔의 6.25이후 남북이 서로를 원수로만 여길때 강천 김낙중 선생님이 외쳤던 ‘탐루(探淚, 눈물을 찾는다)’의 마음이 곳곳에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미얀마(옛 버마)와 태국의 국경지역인 메솟 멜라캠프에는 많은 난민들이 머물고 있다. 그 곳에서 싸에에(Saw EhEh 23)라는 친구를 만났다. 그곳 난민 캠프에 4살쩍에 온 뒤로 현재까지 19년째 그곳에서 살고 있었다. 자유롭게 벗어날 수 없는 캠프에서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 크고 따뜻한 사랑과 희망을 꿈꾸고 있다. 자유롭지 못한 난민 생활하는 청년에게 꿈을 이루는 것은 어쩌면 그냥 꿈으로만 머물러 있을 수도 있는 현실이지만 그 청년은 누구보다도 꿈을 이룰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하고 믿고 있다. 그 어떤 화가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그림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친구다. 자신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의 가슴속에 사랑을 세워주고 싶다고 했다. 사랑,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 모든 평화를 위한 기반이 아니겠는가.

 

분쟁, 국경, 민족,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 주입된 경계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를 적대시하며 공존보다는 대결로 시대를 꾸며왔는가. 이 아픔에 찔린 평화의 부스러기들을 누가 치유할까.

 

평화의 부스러기들을 질그릇에 다시 담아줄 수 있는 사람들.

메솟 희망원정단 친구들이 될 거라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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