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병사의 기생충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기생충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그 곳의 보건의료 환경에 조금 더 신경쓰라는 것이다.



기생충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그 곳의 보건의료 환경에 조금 더 신경쓰라는 것이다.


1. 귀순 병사의 위장속에 있던 기생충(회충)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갑자기 덩달아 화제가 되고있다. "이런 상태의 환자는 처음 본다"고 했던 이국종 교수의 말 처럼 귀순병사의 위장속에는 무려 27cm나 되는 회충이 여러마리가 있었다고 한다. 한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놀라워 할 것도 사실이다. 하물며 의사는 물론 기생충 연구자들도 사람 몸속에 저런 크기의 기생충이 있는 걸 볼수있는 일이 거의 없었을게다. 


2. 그러다보니 덩달아 입에 오르내린다. 더욱이 기생충은 흔히 '더럽다고' 인식되고있기 때문에 "더럽다"는 인상은 기생충 자체에 대한 혐오에서 웃기게도 새로운 대상에게로 그 혐오가 확대된 것이다. 김종대 의원의 지적도 그래서 일리가 있다. 기생충의 '더러운' 프레임이 북한이라는 새로운 타자, 즉 '숙주(기생충이 많은 곳 즉 배양시킨 사회)'에 해당되는 북한사회로 전이된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더러운 북한", "기생충이 득실거리는 곳", 북한 사람들이 더럽다는 인상을 주게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댓글을 단 소수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필이면 기생충 가지고 야단법석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3. 어쨋든 이 기생충 논의(?)는 더럽고 깨끗하고의 의미없는 말들을 생산할 필요조차 없다. 다만 누구의 말 처럼 북한 사람들의 영양상태와 질병상태, 즉 건강권이 무력하게 무너진 이유들에 대해 바라보고 도울 수 있는 길들을 생각하는게 좋지 않겠는가. 


4. 사실 남한 사람들 중에서도 50대 정도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아마 회충에 대한 어릴적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학교에서 구충제를 먹었다는 얘기도 들리고 그런 영화도 본 기억이 있다. 어쨌든 회충은 우리의 지난 부족했던 삶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의 북한 사회를 설명하는 지표라는 것이다. 


5. 결론부터 말하면 남한에서 60-70년대와 80년대의 일들이 지금 북한에서 재현된다는 것인데, 그만큼 현재 북한사회의 발전상이 남한의 당시 모습이라는 것이다. 


6. 귀순병사처럼 회충에 대한 경험은 나도 있고 탈북한 사람들 거의 다 있을 것이다. 나는 유치원 때, 그러니까 6-7세 때 유치원생들과 함께 단체로 교실에 누워 구충제 치료를 받았었다. 한국에서는 알약 하나 사먹으면 되지만 당시 내가 받은 것은 괴로운 의료과정이었다. 모두 나란히 눕혀놓고 콧구멍으로 얇은 고무노즐 같은 것을 밀어넣어 목젖까지 닿게 한 상태서 10여분을 소독(?)하는 과정이다. 나는 괴로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마치 수면마치 없이 두 눈 뜨고 위내시경 받는 느낌이랄까. 몇년 전 5만원이 아까워 수면마치 없이 그냥 위내시경 받았다가 눈물과 콧물과 거품을 쏟았던 기억이 다 난다. (그냥 자면서 받을껄..;) 


7. 여튼 유치원에서 그 과정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변에서는 당연히 여러마리의 회충이 나왔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당시의 어린이의 작은 손 의 크기로 짐작해보면 대충 15cm 가량은 족히 넘었다. 그 어린나이에도 그 정도의 회충이 있었으니 성인인 귀순병사에게서 27cm 회충이 나왔다는 것은 나로서는 전혀 놀라울 일이 아니다. 그런 일상의 질병에 노출된 사람들이 북한에는 태반이다. 당시 90년대 중반 이었지만 지금이라고 해서 북한 지역 사람들의 삶의 질과 위생과 보건환경이 썩 나아졌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나도 길바닥의 옥수수알을 주워먹고 살았으니 회충이 뭐가 대수였겠나.


8. 사람은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면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지게되고 잘 먹기만하면 병도 아닌 것이 질명이 되어 몸을 죽여간다. 온갖 비누와 샴푸와 린스가 넘쳐나는 한국에서는 상상못할 일이지만 북한에선 일상적인 현실이다. 


9. 핵 만들까 두려와 쌀을 보내지 못하겠다면, 약품이라도 많이 보냈으면 좋겠다. 모든 대화와 교류가 단절된 지금의 관계를 생각하면 참으로 우울하고 짜증도 나지만 사실 어처구니가 없다. 그놈의 정치논리와 이념논리로 만 입싸움 하는 동안 정작 사람들은 배고픔과 질병에 방치되어 가고 있는데 김부자 정권은 '나쁜놈'들이라서 그렇다손 치더라도 우리는 해야지 않겠는가. 


10. 의지의 문제다. 모든 대화와 관계의 시작점을 정치, 즉 핵과 미사일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민간부분은 덩달아 밀려나있다. 정치가 풀지 못하겠으면 정치는 일단 제껴두고 민간에 그냥 다 맏겨서 민간교류는 했으면 좋겠다. 북한도 멍청하지 않은 이상 이걸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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